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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낙서

군대식 조건화를 거부해야 하는 이유

'파블로프의 개'의 실험에서 개는 종소리와 먹이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지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울리게 하면 종소리가 날 때마다 침을 흘리며 먹이를 줄 때 나타나는 조건 반사를 시작한다. 이것을 고전적 조건화(古典的條件化, Classical Conditioning)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조건을 동시에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두 조건을 비슷한 혹은 같은 조건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이러한 조건화에 자유로울수 없다. 모든 사고는 생존의 위협이 있을 때 단순화되기 쉽다. 전쟁 중에 군인들이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생존의 본능에 의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그 예가 되겠다. 그런 점에서 군대와 같이 통제된 공간에서 신체적, 정신적, 혹은 사회적 위협을 가한다면 누구라도 이러한 조건화의 올무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 명 혹은 한 무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게 조건화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충성된 존재로 합리화하면서 조건화가 매우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한 사회가 조건화를 사회화로 착각하게 된다면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바로 전 인류의 조건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조건화에 익숙해진 자들이 조건화되지 못한 자들에 대해 한심하게 여긴다. 조건화가 된다면 쓸모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강요와 설득을 통해 조건이 주어지면 조직에 충성하도록 만든다. 조건이 주어졌는데도 충성하지 않으면 미친 사람 취급한다. 제3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풋내기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 조직은 조직 내 사람과 조직 외 사람으로 사람들을 구별하고 이를 조건에 순응하는 사람, 조건에 불응하는 사람이 아닌 쓸모 있는 사람, 쓸모 없는 사람으로 보게 된다. 철저히 조직이 견주가 되어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도 많은 곳에서 진행되어지는 군대식 얼차려가 난무하는 신입사원, 신입생 교육이 결국 그 조직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조직의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그것은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부품들은 잘 맞아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에게도 좋지 실험이다. 배고플 때 침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조직에 의한 조건화에 동조하기 시작하는 순간, 비판적 사고는 사라진다. 돈을 주면 침을 흘리고 열심히 일을 해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그것은 개만도 못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주인된 한 인간의 삶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조건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돈, 명예, 권력의 종소리가 나면 또 거기에 모여든 한 떼를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