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군대를 제대한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11시가 넘었는데 이제 막 일어난 목소리더군요.
“푹 잤어? 기분이 어때?”
“아, 어제까지는 좋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상해요.”
녀석은 왠지 군대가 있을 때가 편했다는 듯 말했어요. 나도 같은 경험을 했었기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무언가 마음 아프더군요.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어. 출애굽 한 후에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하지만 지금이 더 좋은거야. 실컷 놀고, 기운 차려서 새출발을 준비해야지.”
“고마워요. 우리 내일 뵈요.”
짧은 통화 끝나고 왠지 슬픔과 분노가 같이 일어났습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젊은 남자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군대 경험을 한 친구들은 자신들의 자유가 박탈되었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고통을 남에게 주는 일에 대해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전이된 개인의 비정상은 사회의 비정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이 위험에 처할 때 함께 모여 이웃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의무를 위해 인간의 기본권리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상해를 입게 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대한 친구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전쟁이 아니야.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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