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는 논리 - 김찬호
* 오타를 찾아주세요.
제1부 세상 보는 눈을 다시 봐 - 인식 모델의 성찰
제1장 흔들리는 터전 - 패러다임의 전환
24쪽 마을 공동체의 해체, 이것은 한반도 5천 년 역사에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24쪽 우선 변화의 단초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외부의 충격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2장 앎과 삶의 가로지르기 - 지식의 위상 점검
40쪽 질문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힘, 그 지적인 에너지로 우리는 생각과 삶의 자유를 확장할 수 있다.
41쪽 그래서 생각과, 삶, 그리고 지식, 이 세가지는 유기적인 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51쪽 역사는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할머니 나의 아버지의 생애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발견을 통하여 우리는 그동안 하나의 지식으로 배워온 역사학의 불필요한 무게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제3장 과학이라는 언어에 대하여 - 객관성의 탐구
64쪽 물론 그 패러다임에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기존의 과학자 집단은 자기들의 패러다임을 보완하고 수정하여 그 모순을 제거하는 응급 조치로 맞서거나 그런 현상을 아예 무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즉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65쪽 새롭게 등장한 패러다임은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전제와 세계관에 입각해 있다. 따라서 같은 표준으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인 과학자들은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믿으면서도 이를 논리적으로 입증하기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두 과학자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쿤Thomas Kuhn은 말한다. 그래서 그처럼 한 이론 체계에서 다른 이론 체계로 바꾸는 것은 기존 질서와 단절하고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게슈탈트 전환Gestalt swich'으로, 또는 기존의 신념 체계를 버리고 전혀 다른 것에 충성을 바치는 종교적 개종conversion에 비유하고 있다.
69쪽 포퍼Karl Popper에 따르면 과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경험적 발견들이 꾸준하게 누적됨으로써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의 제거를 통해 성장한다. 따라서 과학은 항상 과감한 '추측conjecture'과 냉혹한 '반박refutation'에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71쪽 과학의 진리는 역사성을 갖는다. 따라서 시대와 상황의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진리는 끊임없는 비판과 논쟁을 통해서 거듭난다. 그 과정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참여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제4장 숫자를 바로 읽으려면 - 통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
86쪽 한국에서 그동안 발표해온 통계들은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인가 보다. 미국의 도서관에 가보면 한국의 통계 수치 밑에 "이 통계는 별로 믿을 게 못 된다"라는 주석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은 통계를 찾기가 어려운 나라, 그리고 그나마 나와 있는 통계도 믿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찍혀 있다. 그래서 지난 1998년 IMF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문에 '정확한 경제 통계의 작성과 공표'라는 요구를 포함시켰다.
87쪽 영국의 재상 디즈레일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냥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이러한 독설은 우리 사화에서 더 적절하게 통용될지도 모른다.
88쪽 통계의 생성, 전달, 수용 양식을 새삼스럽게 반성함으로써 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격상시킬 수 있다. 그 의미는 단순히 사회과학도의 연구 방법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접하는 숫자들에 막연하게 과학적인 권위를 부여하면서 맹신할 것이 아니라, 그 근거를 다시 한 번 캐묻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태도는 진정한 민주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적 토대가 된다.
제2부 사람과 사람사이 - 공생과 교류의 관계를 위하여
제5장 정상? 비정상? - 차별과 평등의 논리
96쪽 '비정상'이라는 말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무엇이든 남다른 면이 있으면 비정상이다.
106쪽 역사는 주변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힘으로 진보해왔다. 중심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자기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이들과 손을 잡을 때 중심/주변, 정상/비정상의 허구는 극복되었다.
제6장 체면이라는 가면 - 자기 존엄의 기반
120쪽 전에는 희소했기에 돋보이던 '차이'를 점점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그 가치는 디플레이션되고 만다.
125쪽 위계질서에 의존하지 않고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가. 점점 비대해지는 자아, 그러면서도 사회 전반에 만연해가는 콤플렉스 내지 피해 의식, 그 분열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126쪽 타자와 창조적으로 반응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관계, 그것을 지탱하는 삶의 격조를 어떻게 육성해갈 것인가. 바로 21세기 문화의 과제이다.
제7장 사랑은 무엇으로 이어지는가 - 남녀 관계의 성찰
137쪽 사랑은 맹목적 감정이 아니다. 자연 발생적 충동으로 지속되는 쾌락이 아니다. 그것은 부단한 연마와 자기 수양을 통해 키워지는 하나의 능력이다. 자기중심적인 욕망만을 자극하는 문화를 거슬러 인생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구현하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그러한 정진은 상대를 자기의 영역에 묶어두고 그 관계를 다른 세계로부터 단절시킨 상태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사랑은 훈련이다. 그리고 사랑을 통해 삶과 생각의 자유가 확장되어야 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사랑할수록 오히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상대방을 직시하고 자아를 성찰하는 시선이 바로 서야 한다.
제3부 유연하게 소통하는 언어로 - 21세기 사회 구상
제8장 피라미드에서 네트워크로 - 정보 사회의 조직 원리
154쪽 정보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가공되는 것이고 그 밑에는 언제나 나름대로의 입장과 가치관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누가 만들어내는가는 심각하게 따져볼 문제이다.
제9장 지구촌에게 말 걸기 - 세계화 시대의 정체성
174쪽 우리의 삶도 속속들이 지구촌의 다른 주민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계인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제10장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 - 문화 시대의 의미
196쪽 사소한 것들 안에서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 창조적인 상상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지방화 시대란 자기 주변을 다시금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하는 시대이고, 그것은 문화를 배양하는 데 중요한 토양이 된다. 그것이 없는 '문화의 시대'는 몇몇 거대한 문화 산업 자본에 의해 대량 복제되는 소프트웨어의 위력에 정신없이 휘둘리면서 주책없이 동질화되는 길뿐이다.
제4부 삶이 깃드는 자리는 - 대안적 생활 양식의 모색
제11장 생명의 질서를 향하여 - 문명의 생태학
217쪽 산업 사회가 최고의 가치를 매겨온 '큰 것'과 '빠른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바탕에 어긋난다.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구조와 심성에 적합한 규모로 삶을 재편성하는 것, 그래서 '작은 것'과 '느린 것'에 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여 자율적인 존재로 서게 하는 것이 바로 녹색운동의 전략이다.
제12장 몸의 소리를 듣자 - 건강 사회의 의약과 여가
237쪽 모든 생명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다. 그러면서 이타적이다. 그래서 공생한다.
제13장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도시 - 공간 디자인의 인간화
253쪽 생활 속에 품위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것은 결코 한가한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갈가리 균열되어가는 사회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문화적 토대를 다지는 일이다. 단절된 의사소통의 회로를 복원해 창조적 의미를 생산하도록 이음쇠들을 엮는 작업이다. 거기에서 얻어지고 느껴지는 공공의 행복감으로 우리 삶의 격조는 한결 높아질 것이다.
제14장 사회가 곧 교실이다 - 학습 사회의 감수성과 상상력
268쪽 근대 사회는 학습이라는 행위를 노동과 놀이로부터 분리시켰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산 활동을 관찰하거나 체험하면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채 추상적인 개념과 이론들만 머릿속에 주입하게 되었다.
274쪽 우리 학교도 청소년이 일의 세계를 경험하고 그 가운데 근로 의식과 윤리, 일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간단후기: <사회를 보는 논리>는 사회를 보는 근본적인 논리를 제시하기보다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시점을 좀더 높여주는 도움을 준다. 패러다임의 대결, 통계자료 간의 대결, 정치적 진영 간의 대결 이전에 합리적 의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을 내포한다. 또한 대안적인 혹은 미래적인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남다른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저자소개: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을 지냈고,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대학 바깥에서 청소년 교육과 문화, 가족 관계와 부모 자녀 소통, 마을 만들기, 창의적 발상, 지구촌 시대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회를 보는 노리』 『도시는 미디어다』 『문화의 발견: KTX에서 찜질방까지』 『휴대폰이 말하다』 『교육의 상상력』 『생애의 발견』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작은 인간』 『경계에서 말한다』 『학교와 계급재생산』 등이 있다.
e-mail: chan-h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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