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퍼펙트하지 않다. 인생은 물집 터진 손끝이 아려오는 것과 가장 중요한 어깨의 뼛속 깊은 고통이 함께 한다. 그런 인생을 퍼펙트하다 말할 수 있을까? <퍼펙트 게임>를 보자.
대한민국 야구대표 에이스, 최동원은 신출내기 선동열을 예뻐한다. 최동원은 부산, 선동열은 광주 출신임에도 서로 아낀다. 같은 야구를 하는 그 둘은 부산사람, 광주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야구하는 사람이었다. 그 둘은 최선을 다한 승부에만 관심이 있었다. 서로를 넘어야할 벽으로 여겼지만, 서로를 짓밟지 않았다.
정치인이 감초처럼 나온다. 그 정치인은 다름 아닌 3S 정책으로 민중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했던 전두환이겠다. '3S 정책'이란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를 말한다. 정치적 무관심과 더불어 지역감정 유발은 3S정책의 이중효과였다. 영화 속 정치인도 광주와 부산의 지역감정을 통해 정치적 효과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정치권의 지원을 받는 수많은 언론들이 두 선수를 벼랑 끝까지 밀어 붙인다. 서로 적으로 여기도록 몰아간다. 그들의 의도대로 두 선수는 마운드에 선다. 자의 반 타의 반 숙명의 라이벌이 된 것이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이간질을 하지만 두 선수는 서로에 대한 폄하 없이 정면 승부하게 된다. 그 누구도 두 선수 중 하나의 진정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두 선수는 진심으로 승부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꿈은 15회 연장 무승부를 통해 산산히 부서진다. 군부가 장기집권을 위해 만들어낸 지역감정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끝까지 이어갔던 최동원, 선동열 선수를 통해 사그라진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지역감정이란 허상은 야구 경기를 통해 알게 된 서로의 진심, 열정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바뀐다. 그 장면은 내게 큰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감정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서로 닮은 것이다. 모두가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한다. 우리 다시 선수로 돌아가자. 정치인들이 원하는대로 플레이 하지 말자. 선수는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뛴다. 정치인들이 원하는 대로 루머 속에 헛된 감정을 쌓지 말고, 우리 스스로 정치를 알고 참여하자. 저들이 원하는 대로 관심을 끊고 잘 모르는 가운데 오해를 쌓는 일을 두 번 다시 하지 말자.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마지막까지 저들의 속임수에 통렬한 직구로 답하자.
최동원과 선동열, 이 두 선수는 퍼펙트 게임을 했다. 점수를 빼앗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둘은 감초처럼 출연하는 그 정치인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언론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도대로 최선의 게임, 정치인이 아니라 구단주가 아니라 선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퍼펙트 게임을 이루어냈다.
18대 대선은 끝났다. 우리는 다시 정정당당한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정치는 여전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꺼주길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여전히 국민이 구태에 젖어 서로 미워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은 최선을 다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채찍과 당근 없이도 우리는 정진해 왔다. 퍼펙트 게임을 위해서다. 내가 포기한다면 그것은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떠한 성취의 희열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늘 수백 구(球)를 던져야 내일 제대로 된 한 구(救)가 가능하다. 최선을 다했던 두 선수처럼, 우리도 선수로서 비겁하게 욕하지 말고, 진실을 위해 뛰자.
一球一生
一球一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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