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6쪽 하지만 이기심이 동감에서 파생되는 정의감에 의해 제어될 때 비로소 시장경제는 사회에 질서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으며, 각 개인들이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기본 사상이다.
머리말
14쪽 근본적으로, 『국부론』은 특저어 국가의 경제성장율을 높이기 위한 지침서로 저술된 것일까? 그는 급진적인 규제 완화론자였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고찰하기 위한 열쇠가 사실은 애덤 스미스의 또 하나의 저작인 『도덕감정론』 속에 감춰져 있다.
빛과 어두움의 시대
28쪽 이렇게 문명의 빛은 격차와 빈곤, 전쟁과 재정난이라는 어둠에 의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제1부 『도덕감정론』의 세계
제1강 질서를 이끌어내는 인간 본성
37쪽『도덕감정론』의 주된 목적은 사회질서를 이끌어내는 인간 본성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사회질서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규칙에 따름으로써 평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38쪽 도덕 원리는 하나의 특수한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도덕감정론』의 원제목에서 감정(Sentiments)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형인 것은 이런 의미를 지닌다.
39쪽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존재이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인간 본성에는 다른 천성도 있다. 그것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관이 없어도 타인의 운명이나 처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봄으로써 스스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다. 이 가설이 '도덕감정론'의 출발점이다.
43쪽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행위가 타인의 눈에 노출되는 것을 인식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또는 타인에게 부정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바람이 인류 공통의 것이며, 개인에게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54쪽 애덤 스미스는 우리의 칭찬과 비난은 우연(fortune)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행위의 동기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이 될지는 우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55쪽 눈에 보이는 결과에 좌우되어, 똑같은 정도의 악의에 근거한 행위임에도 살인에 성공한 사람은 엄격하게 비난하고, 살인에 실패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보다 약하게 비난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형법상 살인과 살인미수는 형벌의 무게에 차이가 있다.
57쪽 아무리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한들 실제로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세상의 칭찬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 경우에도 세상은 그 행위를 완전히 무죄로 봐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61쪽 자신이 칭찬 받을 만한 행위를 했음에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경우,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 받지 못한 것을 개의치 않는다. 한편 연약한 사람은 칭찬을 받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63쪽 애덤 스미스는 이처럼 기본적으로 마음 속 공평한 관찰자의 판단에 따르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부르고, 언제나 세간의 평가를 걱정하는 사람을 '연약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현자의 측면과 연약한 사람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65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일반적 규칙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서 경험적으로 터득해가는 것이다.
66쪽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행위의 기준으로서 일반적 규칙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감각을 '의무감(sense of duty)'이라 부르고,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원칙이며, 대다수 사람들이 이것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지도할 수 있는 유일한 원칙"(『도덕감정론』 제3부 제5장)이라고 생각했다.
68쪽 이기심과 자애심은 의무감에 의해 제어되어야 하며, 통상적으로 제어된다고 애덤 스미스는 생각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에 근거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용인한 것의 의미를 정확히 포착핳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무제한의 이기심이 방임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서 발현되지 않는다.
신이 우리 내면에 세워놓은 대리인<마음속 공평한 관찰자>이 이 도덕준칙을 위반한 자를 내적 수치심과 자책의 고통으로써 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일은 결코 없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도덕준칙을 준수하는 자에 대해서는 항상 마음의 평정과 만족 그리고 자기만족으로써 보상 해준다. (『도덕감정론』 제3부 제5장)
70쪽 정의란 행위를 받는 이에게 분노의 대상이 될 법한 해로운 행위를 삼가려는 것이면서, 동시에 해로운 행위가 가해졌을 경우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하여 행위를 받은 이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것이다. 따라서 저의의 배후에는 있는 감정은 분노라고 할 수 있다.
72쪽 자혜는 비유하면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가 아니라 건물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이므로, 그 실천을 권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것을 강제할 필요는 결코 없는 것이다. 반면에 정의는 모든 건물을 지탱하는 주요 기둥이다. 만약 그것이 제거되면 위대하고 거대한 인간 사회라는 구조물은 틀림없이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 (『도덕감정론』제2부 제2편 제3장)
73쪽 '사회지서의 기초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출발점은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동감하는 능력이 있다는 가설이다. 동감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속에 공평한 관찰자를 형성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위가 마음속 공평한 관찰자에게 칭찬 받도록, 적어도 비난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마음속 공평한 관찰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려는 연약함도 있다. 이에 인간은 마음속 공평한 관찰자의 판단에 따라는 것을 일반적 규칙들로 설정하고 그것을 고려하는 감각, 즉 의무감을 기른다. 특히 정의에 대해서는,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 법을 정하고, 법과 의무감에 의해 사회질서가 실현된다.
74쪽 사회질서는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감정들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이 갖는 '연약함' 때문에, '자연'이 의도하는 완전한 사회질서는 지금까지 실현된 적이 없다. 애덤 스미스는 사회질서를 이런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2강 번영으로 이끄는 인간 본성
75쪽 애덤 스미스는 사회질서처럼 사회의 번영도 동감이라는 인간 본성에 의해 인도된다고 생각했다.
78쪽 우리가 부와 지위에 대한 '야심(ambition)'을 가지는 것은 부의 편리함 · 쾌적함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에 넣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타인으로부터의 동감과 칭찬 또는 존경과 감탄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야심의 동기를 '허영(vanity)'이라고 한다. 허영이란 자신의 참된 가치, 즉 마음 속 공평한 관찰자가 자신에게 주는 평가보다도 높은 평가를 세상에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부와 지위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기도 전에 그것을 획득하기를 바란다.
82쪽 당신은 당신의 자유를 궁정의 화려한 노예 생활과 바꾸지 않고 오로지 자유롭게, 두려움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진지한 결의에 차 있는가? 이 유덕한 결의를 견지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오로지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되돌아 올 수 있었던 사람이 거의 없는 그곳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심의 영역 속에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도덕감정론』 제1부 제3편 제2장)
83쪽 행복은 마음의 평정(tranquility)과 향유(enjoyment) 가운데 있다. 평정 없이는 향유할 수 없고, 완전한 평정이 있는 곳에 향유할 수 없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도덕감정론』제3부 제3장)
84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마음의 평온을 위해서는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라면 추가되는 어떤 재산도 쓸데없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최저 수준의 부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사람은 비참한 상황에 빠진다고 생각했다.
85쪽 그 사회에서 필요한 최저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우리는 동감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고 무시한다. 이것이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한층 더 괴롭게 한다.
86쪽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서는 최저 수준 이상의 수입을 가지고 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재산을 추가하는 것은 행복을 크게 증진시키지 못한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행복론이다.
87쪽 경제가 발전하는 사회에서는 고용이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최저 수준 이상의 부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부의 최저 수준 자체가 상승하는 경향을 띤다. 거꾸로 경제가 쇠퇴하는 사회에서는 실업이 증가하고, 최저 수준의 부를 획득하지 못한 사람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경제 발전은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89쪽 '연약한 사람'은 최저 수준의 부를 가지고 있어도 더욱 많은 부를 획득하여 보다 행복한 인생을 보내려 한다. 그러한 야심은 환산에 불과해, 개인의 행복의 크기는 부가 증가하기 전이나 후나 대부분 변함없으므로 '연약한 사람'은 속은 것이 된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그러한 '기만'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문명화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90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문명이 진보하고 인류가 물질적으로 풍부해지는 것은 부에 대한 인간의 야심이 있기 때문이다.
91쪽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토지가 모든 주민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졌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생활필수품의 분배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무의식중에, 부지불각 중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인류 번식의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 (『도덕감정론』제4부 제1장)
93쪽 인간은 최저 수준의 부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그 이상 부의 증가는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생활필수품이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은 행복이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주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해 행복이 사람들 사이에 평등하게 분배된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구조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른 것이다.
94쪽 인간은 더 높은 순위에 도달하기 위해 부나 지위를 갈구하고, 그 때문에 인간은 소란, 동요, 강탈 그리고 부정을 일으킨다고 애덤 스미스는 생각한다.
애덤 스미스는 세상의 존경과 감탄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다른 길, '덕에 이르는 길'과 '재산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102쪽 경쟁이 페어플레이 규칙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면, 사회질서는 어지러워지고 '보이지 않는 손'은 기능하지 않아 사회 번영이 실현되지 못한다.
107쪽 '연약함'은 방임되어서는 안 되지만, 완전히 가두어버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제3강 국제질서의 가능성
116쪽 정의에 관한 한 관습이나 유행은 때로는 특정 성품이나 행위에 대한 평가 기준을 왜곡시키는 일은 있어도, 일반적인 성품과 행위에 대한 평가 기준을 왜곡시킬 수는 없다.
119쪽 각 개인의 동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국내법이 사회질서의 형성과 유지를 가능케 하는 것처럼, 각국의 동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국제법은 국제질서의 형성과 유지를 가능케 한다.
120쪽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전 인류의 행복을 바라고 자신의 행복보다 전 인류의 행복을 언제나 우선시키는 것, 즉 '보편적 선의(universal benevolence)'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보통 인간은 먼저 자기 자신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가족 그리고 친구나 지인의 행복을 기원한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서열을 따르는 행복의 바람을 '애착(affection)'이라 부르고, 그것이 '관행적 동감(habitual sympathy)'에 의해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121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적 동감에 의해 인도되는 개인의 애착이 '조국에 대한 사랑(love of our own country)'의 기초를 다진다.
126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조국에 대한 사랑은 인접 국가 국민들에 대한 국민적 편견을 낳고, 이웃 국민에 대한 질투 · 시기 · 증로를 증폭시킨다. 그 결과, 자국 국민에 대해서는 지켜지는 정의의 감각이 다른 나라 국민에 대해서는 지켜지지 않게 된다. 국제법이 자주 유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28쪽 애덤 스미스는, 각 나라가 국제 문제에서 국가적 편견에 얽매여 도덕적 부패를 일으키는 원인은 중립적 관찰자가 가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29쪽 국가적 편견은, 개인들이 실제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거듭해서 교류하고 서로 동감함으로써 불식될 수 있다.
130쪽 애덤 스미스의 생각에, 이상적인 국제법 또는 '만민법'은 '자연법(natural law)'에 그건해 형성되어야 했다. 자연법이란 고대 그리스 철학 시대부터 존재하는 개념으로,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촉진하는 보편적이고 완전한 법을 의미한다. 한편 각 사회에서 실제로 정해진 법은 '실정법(positive law)'이라고 불린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에서 실정법은 꼭 자연법에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니었다. 실정법은 각국의 관습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해관계, 정부를 지배하는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 또는 사법당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될 수 있기에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완전히 촉진하는 것이 되지 못했다.
133쪽 애덤 스미스는 정의에 관한 일반 원리와 실제 법의 역사에 관한 저작을 출판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한편 생활행정, 공공수입 및 군비에 관한 일반 원리와 역사는 두 권짜리 책으로 출판되었다. 그 책은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이라고 명명되었다. 『도덕감정론』의 초판이 간행된 지 17년 후의 일이었다.
제2부 『국부론』의 세계
제4강 『국부론』의 개요
139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국민의 풍요로움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을 상승시켜 생산적 노동의 비율을 높여야만 한다.
이것이 국민의 풍요로움에 관한 가장 긱본적인 일반 원리다. 그것은 풍토나 국민성의 차이에 관계없이, 풍요로움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국가의
국민이 따라야 하는 일반 원리다.
140쪽 따라서 애덤 스미스에게 풍요로움을 증진시키는 원동력은 분업이라고 할 수 있다.
141쪽 문명사회에는 미개사회에는 없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문명사회는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총생산물로 모든 사회구성원을 부양할 수 있다. 그리고 최하층의 노동자조차 미개 사회의 사람들보다도 많은 필수품과 편의품을 소비할 수 있다.
142쪽 애덤 스미스는 한 국가의 노동 전체에서 점하는 생산적 노동의 비율은 생산적 노동을 고용하기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의 양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143쪽 애덤 스미스는 모든 종류의 산업은 평등하고 공평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그렇게 하면 경제는 농업, 제조업, 국제 무역이라는 자연스러운 순서로 발전하고, 풍요로움이 가장 빨리 증대된다고 생각했다.
144쪽 애덤 스미스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주된 경제학은, '중상주의체계(mercantile system)'라고 불리는 것이다. 중상주의 체계는 금과 은 등의 화폐를 부와 동일시하고, 화폐를 증대시키기 위해 국제무역에서 흑자를 낳는 정책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이다.
146쪽 애덤 스미스는 유럽 국가들이 지닌 재정 문제의 원인들 중 하나가 유럽 국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소유한 식민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유럽이 아무런 이익도 낳지 않는 식민지를 유지하고 방위하기 위해 막대한 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결론에 근거하여 『국부론』출간 1년 전에 일어난 사건, 즉 미국 식민지의 바란에 대해 영국 본국이 취해야 할 태도를 제시한다.
제5강 번영의 일반 원리(1) - 분업
147쪽 번영의 일반 원리, 즉 물질적 풍요로움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사회가 따라야 하는 자연적 원리는 분업과 자본 축적이다. 이들 중에서 풍부함을 증진시키는 보다 중요한 일반 원리는 분업이다.
149쪽 원래 인간 내부에 타인과 물건을 교환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성향에 근거하여 실제로 교환장소가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일 생산물의 생산을 특화하는 것을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151쪽 우리는 타인과 말을 나눈다. 그 목적은 상대의 동감을 얻기 위해서다. (중략) 설득 성향이란 타인으로부터 동감을 얻기 위해 타인과 말을 교환하려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이다. (중략) 설득 성향에 근거해 말을 교환하는 관계가 생기면, 그것을 물건을 교환하는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153쪽 교환은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즉 자애(自愛)에 근거하고 있다.
교환이란 동감, 설득 성향, 교환 성향 그리고 자애심이라는 인간의 능력과 성실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호혜적 행위다. 그리고 시장이란 다수의 사람이 참가하여 서로 도움의 교환을 행하는 장소다. 따라서 시장은 본래 호혜의 장소이지 경쟁의 장소가 아니다.
154쪽 그러나 '재산에 이르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경쟁이 발생한다.
독점이란 자신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이용해 타인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며, 독점이 아닌 경우와 비교할 때 거래 상대에게 자신의 고비용의 노동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호혜의 장소로서 시장에 참가한다는 것은, 타인을 강탈하지 않고 타인을 노예처럼 다루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참여자가 이 약속을 지키는 한 독점 정신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164쪽 중상주의 정책은 화폐를 부로 착각한 가운데 구축된 정책이며, 찬양되고 있다고 해서 찬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연약한 자'의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부론』이 목적한 것의 하나는, 바로 사람들을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참된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일반 원리로 안내하는 데 있다.
제6강 번영의 일반 원리(2)-자본축적
172쪽 자본가가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노동 수요가 증가하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생각에서 경제성장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181쪽 한 나라의 자본축적을 늦추는 원인으로서 주의할 것은 개인의 낭비가 아닌 정부의 낭비다. 정부의 낭비는 왕과 대신, 정치가 등 지배계급의 무지와 무능 때문에,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부 자본가의 야심과 탐욕 때문에 생긴다. 정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면, 한 나라의 자본은 잠재력을 그대로 발휘한 속도로 축적될 것이다.
186쪽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농업, 제조업, 외국무역과 같은 경제 발전의 순서는 사실은 가장 빠르게 생산적 노동자의 고용을 확대시킬 뿐 아니라 동시에 가장 빠르게 부를 증진시키는 순서다.
187쪽 따라서 시장의 가격 조정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성장의 소득 조정 메커니즘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은 빈곤과 실의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조물주가 내미는 '구원의 손'이라고 할 수 있다.
제7장 현실 역사와 중상주의 경제 정책
197쪽 이렇게 유럽 각국에서 원거리 무역의 성공이야말로 국가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이념을 전제로 한 정책이 채택되었다. 그것은 원거리 무역의 이권과 금은 등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으로, 유럽 각국의 번영을 항상 불안정하게 함과 동시에 각 나라 간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은 대항해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98쪽 스페인에 뒤이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도 식민지를 건설했다. 그 동기는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금광 발견이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채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금광을 발견할 수 없었다.
201쪽 애덤 스미스는 식민지 건설 및 그 후의 식민지 정책에 관해 유럽 각국이 취한 행동방식은 그 동기를 살펴볼 때 공평한 관찰자가 인정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애덤 스미스에게 탐욕과 독점 정신에 근거한 행위에 불과했다.
211쪽 상공인과 제조업자는 자국 정부의 보호를 받거나 다른 나라 국민의 방해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근면`창의`절약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국제 시장에 유입되는 상품의 질은 높아지고 양은 늘어난다. 이렇듯 애덤 스미스는 몽테스키와 마찬가지로, 무역이 각 나라 국민 간의 '협동과 우정의 끈'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212쪽 각 나라 정부는 국민의 근면과 절약을 장려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를 방해하여 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했다. 각국이 취한 방법은 무역에 다양한 규제를 마련함으로써 무역의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었다.
불화와 적의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유럽 각국에 확산되던 '애국심'은 이웃 나라에 대한 국민적 편견을 낳았다. 오히려 이웃 나라에 대한 국민적 편견이 애국심을 확대시켰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국민적 편견 또는 증폭된 애국심은 유럽에서의 전쟁을, 유럽 전체의 질서에서는 물론이고 당사국의 이익의 관점에서 보아도 불합리할 정도로 대규모로 그리고 장기적인 것으로 바꾸었다. 각 나라는 승리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훨씬 웃도는 비용을 들여가면서 전쟁을 계속했다.
제8강 지금 이루어야 할 일
218쪽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것은 우선시하거나 억제하는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선 또는 억제 그 자체를 폐지함으로써 본래의 발전 경로에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것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방식으로 실현되는 경제 체제를 '자연적 자유의 체계(system of natural liberty)'라고 불렀다.
224쪽 실제로 이 책이 쓰였을 때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를 이상으로 내건 '체제의 신봉자'들에 의한 급진적인 사회 개혁이었다. 처음에는 민중들이 프랑스혁명에 열광했지만 점차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고, 종국에는 애덤 스미스의 예언대로 '최악의 무질서'로 끝나게 되었다.
230쪽 애덤 스미스는 본국과 외국 간의 무역은 물론 본국과 식민지 간의 무역 그리고 식민지와 외국 간의 무역 모두에 있어 규제가 철폐되어 거래의 자유가 보증된다면, 영국 정부가 주권자로서 미국 식민지를 유지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241쪽 지금이야 말로 영국의 지배자는 이런 '황금빛 꿈'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같은 꿈을 꾸며 더욱 몰입하는 국민들의 칭찬을 바랄 것이 아니라, 공평한 관찰자의 입장에 서서 칭찬할 만한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242쪽 애덤 스미스는 영국에게 있어 '지금 이루어야 할 일'은 미국 식민지를 자발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라고 넌지시 일깨웠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그 후 7년간 미국 식민지를 무력으로 제압하려 했다. 애덤 스미스가 예상한 대로 미국 지도자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게다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미국 편으로 참전해 영국은 1783년 파리조약을 비준하여 결국 미국의 독립을 인정해야 했다.
맺음말, 애덤 스미스의 유산
246쪽 무엇보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 체계는 우리에게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서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248쪽 부의 주요 기능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을 생존시키고 번식시키며 생활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덤 스미스는 그러한 부 속에서 그 이상의 기능을 찾아냈다. 바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능이다.
250쪽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가 국내 시장을 확대하고 최대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무역을 촉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넓혀 모든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252쪽 애덤 스미스는 무역과 국내 산업에 부과된 규제들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규제들을 급격히 폐지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258쪽 애덤 스미스는 참된 행복은 마음이 평온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인간이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259쪽 각 개인의 몫으로 나뉘어지는 행운과 불운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가치가 있든 없든, 우리는 우리 몫으로 나뉘어지는 행운과 불운을 모두 달게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운 속에서 오만해지지 않고 불행 속에서 절망하는 일 없이, 자신을 평안한 상태로 되돌리는 강인함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 나는 애덤 스미스가 도달한 이러한 경지야 말로, 현대의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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