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트위터에 비해 정치에 무심하던 페이스북이 최근 대선 열기로 뜨겁습니다. 서로 잘 모르던 사람들끼리도 갑론을박하며 말을 섞습니다. 특히 이번 첫 대통령 후보 토론 방송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만큼 토론을 보면서 지지할 후보를 분명히 하게 되었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은 총 3번 중에 이제 2번 남았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작년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심지어 인사조치 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일이 많겠지요. 그래도 대화를 꺼내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아직은 너무 거칠어 보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의 선거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적극적 참여를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수동적 참여에 머무르는 상태입니다.
저도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2008년 미국산 수입 소고기 반대 촛불시위를 통해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MB아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MB는 Movement Booster입니다. 그는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들과 한창 게임에 빠져 있어야 할 청소년마저도 실전 정치에 참여하도록 한 가장 선동적인 정치참여운동가가 아닐까요? 아무튼 저는 이 당시에 여러 사람들과 티격태격 말싸움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밥상 머리 앞에서도 싸울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랬나 싶습니다. 나름대로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선전하는 사람들이 마치 ‘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정치 (政治)
[명사]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유의어] 섭행, 통치
(네이버 국어사전)
서로 대립각을 계속 세우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대한민국의 현대 정치사는 불행히도 암살로 시작합니다. 하와이의 갱 두목으로 불리던 이승만은 김구 선생님을, 일본의 개가 되기로 맹세했던 박정희(다카키 마사오)는 장준하 선생님을 암살했다고 봅니다. 이같은 사실은 정부의 발표는 없지만 정황상 모두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 뒤로 이들은 자신의 정치 권력을 단단히 하기 위해 각각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들을 ‘빨갱이’이라는 혐의로 살해합니다. 심지어 필요에 따라서 무고한 시민들에게도 그 누명을 씌웁니다. 그렇게 우리는 폭력의 모판 위에 민주주의를 심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이 만든 분노와 불안으로 정치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빨갱이’나 ‘친일파’의 불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화 속에서 상대에 대한 분노로 들어납니다. 이러한 불안은 정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서 민중을 혼돈 속에 밀어 넣고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그 역할을 미디어가 감당합니다. 이때 미디어는 불안의 증폭으로 사용됩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불안은 넘쳐납니다. 혹시 저런 후보가 되어서 민주화가 역행하고, 서민의 삶은 더욱 곤란해지지는 않을까? 혹시 이런 후보가 되어서 북한에 협조하거나 동맹국들이 경제 협력을 중단하지는 않을까? 그 불안을 우리는 때로 정치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풀어버리고는 합니다. 분명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대화는 유익합니다. 서로 다른 점을 알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국가에 대한 걱정이 많은 만큼 서로 칭찬할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 논쟁을 하고 나면 밉고, 상대 조차 하기 싫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체 어떻게 정치에 관한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치학 [political science] 정치와 정부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사회학 사전)
정치는 감정적 소모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과학은 원인과 결과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치에 관한 대화를 하면서 ‘어휴!’하며 감정이 앞서 갑니다. 30대 전후로 정치적 성향이 분명히 진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아무래도 30대 이전에 포괄적인 학습이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리 탐구의 과정이었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탐심으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되는 것과 같이 사람들은 정치를 탐하고 탐구하지 않습니다. 그 탐심은 다시 불안과 분노를 창조하는 정치 세력들에 의해 유린당합니다.
정치는 역사적 과학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과학의 결과는 이론이 아니라 법칙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선거철만 쏟아내는 ‘가설’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검증된 법칙을 통해 정치를 해부하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정치는 종교가 아닙니다. 가끔 보면 중요한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 미디어가 쏟아내는 대로 믿고 따르는 신도들을 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종교는 편협하기 때문에 상대 종교를 이단이나 사이비로 봅니다. 종교처럼 따르는 정치에는 물론 과학적인 사고는 없습니다. 대신 탐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종교를 통해 복을 바라는 우매한 신도처럼, 특정 당을 믿는 사람들도 우매한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 에픽테토스
이성을 잃고 감정에 치우친 판단을 하면서 우리는 전과 14범을 민중의 대표자 자리에 올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성에 의한 대화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적대시하는 우매함을 정치적 소신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마찰은 또 다른 불안과 분노를 낳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과 분노는 또 다시 미디어의 사냥감이 됩니다. 미디어들은 그 불안과 분노가 맞는 것처럼 그것을 지지하며 또 다른 불안과 분노를 창조합니다.
불안과 분노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통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미디어가 어떻게 수사적 표현들을 통해 민중을 혼돈시켜왔는지 확인하십시오. 미디어가 ‘누구의 측근’이라고 말하면 ‘미디어의 주장’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정부기관도 정치기관임을 잊지 마시고 하는 말을 의심 없이 믿지 마십시오. 오직 확실한 문서, 증거를 통해 진실에 가까워지시고, 조작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마십시오. 날카로운 눈으로 허튼 수작들을 밝혀내는 탐정이 되십시오. 미디어는 사람들이 믿지 않기 시작할 때, 진실을 토해낼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를 이야기할 때는 정치학도가 되어 주십시오. 감정적 대화로 서로 안 볼 사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감정을 배제하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다. 그런 로봇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지적 토론도 이해관계가 없을 수 없으며 때로는 감정적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를 바꾸기 위한 것이지 상대를 흠내기 위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독교의 오랜 전도 방법은 ‘설득’이었습니다. 그들이 만약 믿지 않는다고 욕을 하거나, 폭력을 쓰면 과연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받아들일까요? 사실 현재의 '예수천당 불신지옥'식 기독교 전도는 부정적인 면이 많지요. 설득이 아니라 강요, 권유가 아니라 공격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비판만 하지 말고 정치를 하시는 여러분도 깨달읍시다. 바른 ‘전도’(?)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서 말이지요.
용서와 이해가 더욱 소중한 때입니다. 저는 자기가 좀 안다고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상종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이웃이 아닙니다. 정치를 마치 마초적 남성성을 드러내는 정도로 생각하는 남자분들은 정말 우습게 보일 것입니다. 용서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사람들은 당신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 많아집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정치를 보고, 듣고, 말하는 정치 참여의 선도부가 되시길 바랍니다.
성숙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경청입니다. 마치 이승만과 박정희가 했던 것처럼 상대를 억압해 내 생각에 동의하게 만드시겠습니까? 정치인들도 경청하지 않는 자세로는 바른 정치를 하지 못합니다. 우리도 정치인입니다. 선거에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권력자들이지요. 그 권력은 상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합니다. 경청은 또한 상대로부터 감사를 이끌어냅니다. 설득 혹은 전도하고 싶으세요? 경청부터 하십시오.
좋은 정치적 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제안 합니다.
1. 과학적 사고를 하십시오. 진실을 확인하십시오.
2. 대화 상대의 개인적 성향이나 문제보다 정치 현안 중심으로 이야기 하십시오.
3. 다른 생각들이라 할지라도 경청을 통해 다음 대화를 준비합니다.
4.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무시하지 마십시요. 다시 만나게 됩니다.
5. 다시 만납니다.
6. 지난 번에 서로 나눴던 이야기 중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을 다시 증명 혹은 확인합니다.
7.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진실이 폭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움직입니다. 진실의 힘으로 정치를 이야기하고 선거의 흐름을 바꾸세요.
(지난 토론 때, 이정희 후보는 색인이 달린 노트를 가져 왔더군요. 이런 대화를 위해 정치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안별, 연도별 노트를 통해서 감정적이지 않은 과학적인 정치적 사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뭐 이런 과정까지 필요할까요? 너무 이상적인가요? 원래 좋은 것은 더 좋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러나! 충분한 정보는 감정적인 실수를 저지합니다. 불안도 분노도 감소시킵니다. 정책도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이 큽니다. 거품 가득한 정책들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 해석을 하신 분들은 가능한 정책만 믿고 그만큼 실망하지 않습니다. 결국 불안은 이성적인 이해로 감소하고 더불어 분노는 적게 발생합니다. 이렇게 감정적, 이해관계적 대화에서 벗어나 진실을 탐구하는 과학적 태도의 정치 대화로 정치인들이 이루지 못하는 선진 정치 문화, 민중이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민중은 우매하다고 믿고 설치는 정치하는 설치류들을 때려 잡읍시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사실에 근거한 정치 이야기를 통해서 더 많이 정치하는 국민, 파이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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