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체 어떤 드라마를 기대했던 것일까?
지난 단일화후보토론을 통해 두 분의 태도에 크게 감동했다. 서로 정책적인 문제들의 세밀함을 확인했고 함정을 만들지 않았다. 그 두 분은 공약을 물고 뜯었지 인신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런 토론은 처음이었다. 반칙 없는 토론이었다. 우리 시대에 이런 두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함께 나왔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언급했다. 그리고 그의 지지자는 '절대 반대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라고 외쳤다. 문재인 후보가 토론 중에 이야기 했듯이 나는 안철수 후보의 진심을 믿는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용퇴라는 사람들도 있고, 파국을 가져온 이기적 결단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큰 실망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후보들에게만 정권교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유권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드라마는 끝났는가? 단일화 후보 결정이 드라마처럼 되기를 바랬는가?
이상을 모두 꿈꾼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 현재의 이상은 '정권교체'이다.
새누리당이 만들어내는 패러다임에 속지 말자고 그토록 다짐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다시 그 패러다임에 갖혀 버렸다. 새누리당의 발표를 훑어보라. 꼭 승리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판 위에서 헤어나올줄 모른다. 죽 써서 개 줄려고 이리 고단하게 달려왔단 말인가? 그들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실험, 민주당 벽에 막혀 무산"이라고 성명을 냈다. 그 새빨간 거짓말에 또 속아줄 것인가?
안철수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맞붙었던 서울시장 선거로 돌아가 보자. 그때의 승리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철학의 승리였다. 민생을 최우선한 두 분은 쉽게 서로 납득했고, 안철수 후보는 용단을 내려 국민을 위한 선택을 했다. 그때 우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성공을 국민의 성공과 맞바꾸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안철수 후보는 이번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으로 건넨 사퇴 선언에서 내게 남는 말은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 그는 같은 선택을 했다. 마지막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앞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왜 이번에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지 않는가? 안철수가 우리가 기대한 '드라마'를 써주지 못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쓴 것은 드라마가 아니다. '정권교체'를 통한 '새로운 정치' 실현이었다. 거시적으로는 유사했지만 미시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소인배 같으면 나랑은 다르니 내 뜻대로 할 때까지 물고 뜯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또 떠났다. 문재인 후보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안철수의 생각'을 포기한 것이다.
드라마는 끝났다. '정권교체'만 남았다.
국민을 위한 선택, 안철수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지지자들은 안철수 후보의 사퇴 선언을 반대했다. 그의 '대의'를 위한 '희생'이 또다시 구태정치, 다시 정파 혹은 특정 후보를 지지를 위해 국민적 요구가 잊혀질까 우려된다. 그 지지자들은 어쩌면 나와 같이 민주당 혹은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을 안철수 후보를 통해 배설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구태정치도 끝났다. '정권교체'만 남았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면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도 지지해주길 바란다. '정권교체'만이 희망이다.
문재인 후보는 전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민주당의 외곽세력에서 후보가 되었다. 물론 그는 노대통령과는 다르게 압승을 하며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의 구태정치에 젖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는 바로 안철수 후보의 '새정치'에 정책적으로 대부분 동의를 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시켜왔던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왔다. 이제 나는 안철수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 문재인 후보에게 GG를 보낸다.
분란은 끝났다. '정권교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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