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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영화<카메라>에 비추인 욕정

저는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퍼진 고급 카메라에 대한 생각을 적고자 합니다. 


2011년 작, 영화 <카메라>를 보면 한 남자가 등장해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합니다.  듣자하니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고사하고 한적한 교외로 출사를 갈려고 하네요.  작은 몸싸움 끝에 남친의 카메라는 약간의 손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못 이긴 여친은 남친을 보냅니다.  기차를 타고 한적한 들판으로 간 남친은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셔터를 누릅니다.  그 순간 나무는 카메라 속으로 돌아와 버립니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마음을 빼앗긴 남친은 평소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카메라에 마구 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여친과 돌아오기로 했던 약속 시간을 어겼습니다. 몇 일 뒤 여친은 이별 통보를 합니다. 남친는 눈물로 호소하지만 여친은 결국 떠나갑니다.  남치는 카메라를 들고 여친을 여친의 허가도 없이 카메라에 집어 넣으려고 합니다. 셔터를 눌러보지만 여친은 가질 수 없었습니다. 


왜 남친은 여친보다 카메라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요?  여친을 존중하지 못하고 카메라에 집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5년 전후로 대학에서도 사진 경연 대회도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선배들도 호주머니 돈을 털어서 작은 카메라를 사려고 난리였습니다.  그러더니 한 두 해도 지나지 않아서 모두 SLR 카메라를 사기 시작합니다.  당시 등록금 마련을 위해 1년 간 일을 하고 대학을 복귀한 터라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각종 사진동호회와 포토샵동호회가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광고심리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광고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 따라서 사진와 포토샵을 중요한 도구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마법을 일반인들이 큰 돈을 들여가며 시전하는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사실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미디어 생산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신의 미디어를 조금 더 뽐내보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마치 또래 문화 속에서 브랜드의 옷을 입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식처럼, 카메라도 사회화의 과정 속에 등장한 소품이라 생각도 됩니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사를 인터뷰로 담아낸 영화, <영화관>에서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촬영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필름으로 할 때는 긴장감이 있었는데 디지털은 다시 찍으면 된다는 것이 별로인듯 합니다. 


카메라와 디지털은 우리의 소유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인증샷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곳이나 어떤 음식 혹은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하고나서 인증하는 의미의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마치 한 번 경험한 것이 자신의 소유인냥 코스프레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족감은 높을지 모르지만 실제적인 깊이는 없는 작품들이지요.  교회에서도 카메라맨들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그들이 주로 찍은 것은 예쁜 아이들이나 자매들이었죠.  남자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디지털 시대에 가장 이득을 본 사람들은 불법 다운로더들이지요.  어렸을 때는 가질 수 없었던 영화들이 이제 제 외장드라이브에는 수십, 수백 편이 들어 있습니다.  수백, 수천 장을 찍은 사진을 찍어도 아무 문제 없는 카메라맨들은 허가도 없이 마구 찍어 댑니다.  불법 다운로더가 영화관에서의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카메라맨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보입니다. 


1997년의 IMF 이후 엄청나게 등록금 대란을 겪어야 했던 젊은이들이 가장 건전한 오락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스타크래프트 였고, 그 다음이 카메라였다는 제 생각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이 많은 세대.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담으면서도 죄책감도,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카메라를 통해 희열을 느꼈겠군요.  영화 <카메라>처럼 우리 시대, 우리 주변의 카메라맨들이 그토록 여러 곳에서, 여러 여자들과, 소품들, 자연들을 담아내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탐욕스러운 여타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동호회 하시는 분들을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릴 마음은 없습니다.  카메라가 가진 욕구 발산의 기능, 승화 작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바를 비판적으로 쓰다보니 비관적인 글이 됐네요.  저도 언젠가는 SLR를 들고 야외 촬영할 날이 있겠죠.  아, 그때는 나도 렌즈와 피사체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 있을지 몰라. 하하하.